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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최고의 대학은 소르본이다?


흔히 많은 분들이 프랑스의 최고의 대학이 소르본이라고 알고 계신다. 이는 완전히 틀린말이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맞는 말도 아니다. 물론 소르본의 교수진이나 연구 역량에 대한 얘기는 아니다. 저 문장 속에 들어있는 의미 중에는 '최고의 학생들이 소르본에 간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에 대한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저 문장이 틀린 이유는, 1. 대체적으로 최우수 학생이라면 소르본에 가지 않으며, 2. 프랑스 일반대학에는 랭킹이 없기 때문이다. (밑에서 얘기할 그랑제콜에는 랭킹이 명확함)


저 문장은 프랑스 고등교육 시스템의 '무지'에서 비롯된 말임이 틀림없다. 프랑스 고등교육 시스템, 즉 고등학교 이후의 교육은 흔히 우리가 접하는 영미식 시스템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일례로 예전에 스텔라 장이 화제가 되었을 때, 스텔라 장이 그랑제콜 출신이라고 하면서 장-폴 사르트르와 동문이라는 기사도 보았다. 그랑제콜은 하나의 학교가 아니라 엘리트 교육 시스템을 일컫는 말로서, 둘이 동문이 아니다. (사르트르는 ENS 출신)


프랑스의 대학 시스템은 일반 대학인 Université (영어로 University에 해당)과 엘리트 교육 기관으로서 '대학 위의 대학'으로 불리는 Grande école 그랑제콜로 나누어져 있다. 소르본은 저 Université 즉 일반대학에 속하는 학교이다. Grande école 그랑제콜은 사전적 의미로는 Grande école 그랑제콜 협의회에 속하는 학교들을 일컫지만, 흔히 프랑스에서는 고등학교에서 최상위 성적을 받은 학생들이 Classe préparatoire aux grandes écoles 프레빠 과정을 2년 거친 후, 경쟁시험을 통해 선발하는 소수정예 엘리트 학교들을 일컫는다.



그렇다면 이 두 시스템의 학생 선발 시스템은 어떻게 다를까?


학교마다, 과마다 선발과정이 조금씩 달라 간단하게 정리하긴 어렵지만 크게 나눠 설명하자면 이렇다.


Université 일반대학들은 프랑스 고등학교 졸업시험인 바칼로레아 Baccalauréate 시험을 통과한 학생들 모두가 진학할 수 있다. 프랑스 성적 시스템은 20점 만점에 10점 이상이면 통과인데, 평균 10점 이상을 받은 학생들은 모두 이 일반대학에 진학할 자격이 주어진다.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대학, 학과에 지원할 수 있는데, 물론 과에 따라서 지원자가 많아 서류를 기반으로 한 선발이 이루어 지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법과라던지 경영경제와 같은 경우 비인기 학과에 비해 경쟁이 있다고 보면 된다. , 10점 이상이라고 모든 과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고, 본인이 인기학과를 지향한다면 10점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소르본과 같은 일반 대학은 이렇게 입학이 쉽다. 하지만 입학을 했다고 모두가 졸업하는 건 아니다. 프랑스 일반 대학에서 공부하신 분들에 따르면, 성실하게 하면 어렵지는 않으나 출석체크라던지 강제되는 제재가 없어 (성인이니 어찌보면 당연한 시스템!) 풀어지면 한 없이 풀어져 패스하지 못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고 한다. , 스스로 공부할 자세는 기본적으로 갖춰야 졸업이 가능하다는 점!

 

Grande école 그랑제콜의 경우 앞서 말한대로 훨씬 혹독한 과정을 거쳐 선발된다. 일단 바칼로레아 Baccalauréate에서의 우수한 성적 (20점만점에 16점 이상) + 고등학교 전학년에 걸친 우수한 성적이 있어야 Classe préparatoire 프레빠에 입학이 가능하고프레빠에서 2년간의 공부 끝에 각 그랑제콜의 경쟁시험에서 선발된 학생들만 입학할 수 있다. Classe préparatoire 프레빠에서의 2년은 일반 대학 2년과정과 동일시 되는데, 우리나라 고3생활을 2년동안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프레빠 과정은 보통 상경계/경영학교 (école de commerce)를 지망하는 경제과정이나 공대 그랑제꼴을 지원하는 과학과정으로 나뉘지만, 공대 과정을 거친 학생들이 경영학교로 교차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2년 후, 원하는 그랑제콜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의 경우 일반대학 3학년에 편입해 그랑제콜 석사 과정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Classe préparatoire 프레빠를 거쳐 일반 대학 3학년에 입학한 학생들의 경우 대부분 대학에서 매우 좋은 성적을 받는다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최우수 학생들이니 놀랄일은 아니다. 물론 성적이 안되어도 사립 Classe préparatoire 프레빠나 랭킹이 낮은 프레빠에 들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좋은 공립 프레빠 (프랑스는 공교육이 잘 되어있어 랭킹이 좋은 학교들이 대부분 공립)는 정말 우수한 성적을 가진 학생들만이 갈 수 있다.  


Grande école 그랑제콜의 입학 정원은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거의 학교당 일년에 300 정도의 매우 소수만 뽑는게 일반적이다. Grande école 그랑제콜은 크게 경영 그랑제콜, 공대 그랑제콜로 나누어 지고, 그랑제콜 협의회에 들어가 있지 않고 프레빠를 통해 학생을 뽑지 않는 시앙스포 Sciences Po (IEP Institu d'études politique de Paris) 도 통쳐서 흔히 그랑제콜로 묶이기도 한다. 앞서 말한 사르트르가 나온 ENS, 즉, école normale supérieure Paris 는 그랑제콜이라기 보다 대학리서치기관의 멤버임에도 굉장히 셀렉티브해서 (석사는 일년에 100여명, 박사는 30명) 통상 그랑제콜의 일종으로 분류되곤 한다. 수의과 대학은 그랑제콜로 묶이진 않지만 프레빠를 통해 학생을 선발한다. 반면, 의대의 경우 일반대학처럼 바칼로레아를 통과한 학생들 중 서류심사를 통해 학생을 선발해 1학년 입학은 쉽지만, 2학년으로 올라가는 과정이 매우 힘들다고 알려져 있다. 15% 정도만 2학년에 진학하고, 나머지 학생들에겐 1년의 재수 기회가 주어지는데 2번째에도 2학년에 진학하지 못하면 진로를 바꿔야한다


이렇게 Grande école 그랑제콜은 입학이 매우 힘들다. 물론 랭킹이 낮으면 그렇게 까진 힘들다곤 하지 않으나, 일반적으로 그랑제콜을 가려는 학생들은 하이랭킹 학교들을 타겟으로 하기 때문에, 300명안에 들기위한 경쟁은 상상초월이다. 입학 후에는 Bac+3 (학사3학년에 해당)부터 시작해 1년 학사과정을 한 후 2년동안 석사과정에 들어간다 (유럽연합의 학제는 학사 3, 석사2년이다). Université 일반대학에서 학사를 마치고 Grande école 그랑제콜로 석사를 오는 학생들은 종종 있는데, Grande école 그랑제콜이 가진 과라면 그랑제콜의 학위를 가지는게 더 prestigious 해서 그렇다. 특히 Classe préparatoire 프레빠를 거쳐 탑랭킹인 Grande école 그랑제콜을 나온 경우 자신의 이력서에 프레빠 이름과 과정, 프레빠-그랑제콜과정을 거쳤음을 명시하는게 일반적이고, 회사에서도 프레빠를 거쳐 그랑제콜을 나왔는지 아닌지 구분하는 경우도 많다

 


엘리트 Elite 라는 말을 프렌치에서 비롯되었다. 이에서 보듯 프랑스는 철저하게 엘리트 사회. 이는, 엘리트 과정, "프레빠-그랑제콜"이나 그랑제콜 석사, 혹은 일반 대학에서 적어도 Bac+5을 거쳐야 엘리트 사회에 들어감을 의미하고, 취업이나 승진에서도 차이가 난다. 물론 승진이야 어느정도 개인의 능력 및 노력 여부에 따라 달라지지만, 그랑제콜 출신들이 학생 때부터 하드워커들임엔 틀림없고, 이 점에서 차이가 벌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고위직으로 올라갈 수록 달라지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야 공채를 통해 들어온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출발선을 갖지만, 공채가 없는 유럽 사회에서는 네트워크가 중심이고, 같은 시기에 같은 회사, 같은 직급이더라도 출신 학교, 과정에 따라 연봉에서 차이가 난다다음 기회에 쓰겠지만, 프랑스 40대 기업만 보더라도 경영진 대부분이 그랑제콜, 그중에서도 각 분야의 TOP 그랑제콜 출신들, 그것도 경영 top HEC Paris, 공대 top Polytechnique 이 두 학교 출신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공공분야에서는 정치인, 고위관료, 공기업 등을 통틀어서는 Sciences Po Paris 출신들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이런 엘리트 중심에 대한 프랑스 사람들에 대한 불만은 없을까? 차별이나 차이에 대한 불만


엘리트와 일반 국민들 사이의 소통이나 간극을 지적하는 경우는 종종 보았지만, 차별에 대한 불만은 거의 없다. 그 이유의  첫번째로는, 그랑제콜에 가기 위해서는 누구나 노력을 해야하고, 그것이 노력의 결실임을 알기 때문이다. 돈이 많다고 누구나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돈이 많아도 남들처럼 피터지게 공부해야 입학이 가능한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처럼 수시니 정시니 수십가지 루트가 아니라 단순한 루트로 누구나 똑같은 과정으로, 똑같은 시험을 치고 입학하기에 공정하다는 점이 제일 크다두번째로는, 엘리트 학교인 그랑제콜이 누구나 노력하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사회나 그렇듯이 부모님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가 높으면 아이의 기회는 높아지는 것은 프랑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부모님의 경제적 지위가 그닥 높지 않아도, 열심히 공부하면 "개천에서 용나는 것"이 아직 가능한 것이 프랑스이다. 특히 Top랭킹에 드는 공대 그랑제콜의 경우 학비가 거의 없고, 시앙스포 Sciences Po의 경우에도 '부모가 나에게 얼마나 지원 가능한가'를 따져 학비를 책정하기 때문에, 왠만큼 유복한 프랑스 학생들도 학비를 다 내지 않는다. 경영학교의 경우 학비가 제일 비싸긴 한데, 랭킹 좋은 학교만 들어갔다면, 장래가 촉망된다고 판단해 거의 0%의 이자로 학비 대출이 가능하다그 이유의 세번째로는, '인간적인 노동조건' '복지'가 아닐까 싶다. 엘리트 학교를 나오지 않아도, 35시간의 노동시간과 기본 25-30일에 달하는 휴가, 그리고 적게 벌어도 생활을 받쳐주는 복지제도 때문에 큰 불만이 없는 것 같다. (사실, 엘리트에 해당하는 10%는 주 35시간에 해당되는 계약을 받지 않아 매우 빡세게 일한다)



프랑스 유학을 준비하시는 분이라면, 위와 같은 프랑스 교육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먼저 하신 후, 하고자 하는 과가 그랑제콜에 있는지 대학에 있는지 양쪽에 있는지, 양쪽 모두에 있다면 어디가 자신에게 더 좋을지에 대해 꼼꼼히 따져본 후 입학 준비를 하셔야 한다


밑에 그림은 이번 포스팅에서 얘기한 프랑스의 교육제도를 도표로 정리한 것을 디플롬에서 따다가 썼다




*Licence는 학사, CPGE는 프레빠 (classe préparatoire aux grandes écoles의 약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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