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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us défendons une liberté d’importuner, indispensable à la liberté sexuelle."  

(우린 성적인 자유에 필수불가결한, 유혹의 자유가 있다

 


 

오늘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이자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르몽드 Le Monde 지에 한 기고문이 실렸다. 이 글은 할리우드 내 성폭력 고발로 시작된 미투운동의 방향에 대한 프랑스 문화계 여성인사 100명의 공동 기고문으로, 카트린 드뇌브 Catherine Deneuve*와 같은 유명인사들을 포함할 뿐 아니라, ‘유혹의 자유가 있다는 주장으로 이슈가 되었다. (카트린 드뇌브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여배우 중 하나다)

 

 

한국에서도 이 기고문이 소개되었는데 (연합뉴스 네이버 기사 보러가기), 이와 관련해 할 수 있는 한 좀 더 균형 잡힌 얘기를 전달하고자 한다.

 


 

먼저, 기고문의 내용과 그 배경에 대해 설명해보자 한다. 내용은 한글기사에도 어느 정도 나와있지만, 이 기고문은 성폭력은 범죄임을 분명히 하면서도, 남녀 간의 유혹은 범죄도, 남성성을 드러내는 폭력도 아님 또한 강조한다. 이들은 권력 관계를 이용한 성폭력 등에 강력한 철퇴에 대한 필요성은 당연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투운동 (#MeToo)이 그 경계선이 미묘한 사소한 유혹의 과정까지 끄집어내어 지나치게 남성 혐오를 조장하거나, 당사자의 항변할 기회조차 뺏어버린 것은 아닌지에 대해 반문했다. 이런 일련의 일들로 인해, 지나치게 청교도주의적인 행동 가짐을 요구 받는 것은 전체주의적이고 개인의 자유를 해치는 일이라며, 개인의 성적 자유를 해치려는 최근의 법 제정에 대해서 반대하는 뜻을 밝혔다.

 


또한, 이 기고문은 (유혹의 과정 속에서) 여성에게 어떤 신체 접촉이 일어난다 할지라도, 그것으로 인해 영구적인 희생자가 될 필요는 없으며, 여자들도 충분히 억압받거나 죄책감 없이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여자가 여자의 신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했다. ‘유혹의 자유는 위험이나 책임감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고문을 끝 맺었다.




(사진출처 France 24)


 

 

이 기고문의 내용과 연관되어 왜 이런 기고문이 실렸는가에 대한 프랑스적인 배경을 생각해본다면, ‘청교도적이거나 전체주의 적인 것에 대한 역사적으로 뿌리깊은 반발과 개인의 자유 liberté를 무엇보다도 앞서 지키려는 움직임이라 하겠다. 특히나 프랑스는 그 무엇보다도 개인 사생활 영역에서의 개인의 자유를 중요시 여기며, 국가가 나서서 개인의 사적인 영역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그리고 사랑은 그 무엇보다 개인의 사생활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알려졌다시피, 프랑스에서는 유명인들의 불륜이라던지 이혼 등의 영역에서 Judgment가 없는 편이다.

 


또한, 이런 자유로움 속에서 남녀간의 flirting (유혹)이 빈번하게 이루어지는데, 프랑스에서의 flirting반드시 구체적인 (성적인) 요구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리고, flirting이 꼭 남자가 여자에게 하는 것이 아니고, 양방향으로 이루어지기도 하며, 어느 쪽이든 싫다는 의사표현을 할 수 있다.

 


이 기고문은 미투운동 (#MeToo)으로 드러난 여러 고발 가운데, 일부는 범죄이기 보다 이런 배경 속에서 이루어진, flirting의 과정까지 드러내는 것은 지나치고, 이를 계기로 촉발된 각종 법안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뜻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기고문이 한국에 소개되는 과정에서 ‘100여명 문화계 여성인사, ‘유혹할 자유등 좀 리버럴한 표현들이 강조되었고, 마치 프랑스의 전반적인 의견인 것처럼 비춰진 것은 매우 아쉬운 점이다. 한국에서 신선할 법한 의견이라 소개된 것은 이해하나, 이 글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것은, 이것은 문화계에 몸 담고 있는, 그래서 미디어 노출에 더 유리한 사람들의 의견일 뿐 프랑스 사람 모두의 의견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미디어 노출에 유리하다는 의미는, 애초에 위의 기고문이, 참여자들의 유명세 덕에 화제성을 가져올 가능성이 더 많았음을 의미한다. 르몽드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일간지 중 하나로서 프랑스에서 또 다른 중요한 가치인 다양한 의견을 보여줄 의무가 있고, 이 기고문은 모두가 예스 할 때에도 노라고 할 수 있는 비판정신을 중요시 하는 프랑스의 가치를 보여 줄 수 있는 예시라고도 할 수 있다. 좋은 예시인지 아닌지는 각자 판단할 몫일 것이지만.)

 

 



▲ 기고문 서명에 참여해 논란이 되고 있는 프랑스 대표 여배우 Catherine Deneuve 




물론, 기고문의 모든 의견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어떤 배경에서 그들이 기고문을 작성했는지 등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프랑스의 다른 신문들이나 뉴스 채널들만 돌아보더라도 충분히 차고 넘칠 만한 반박 의견들이 많으며, 그 중에는 직장 내 성폭력, 성희롱에 대한 전문가들의 기고문나 인터뷰 등등이 있다.

 

 

예를 들어, France 24 (프랑스 뉴스 전문 채널) 30여명의 페미니스트들의 공동 기고 인터뷰만 보더라도, 위의 기고문이 유혹이라는 이름으로 성희롱이나 성추행, 성폭행 등을 사소한 문제로 치부할 위험성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유혹은 서로간의 즐거움과 존중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성추행, 성희롱, 성폭력 등은 폭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며, 두 개념이 혼동되어선 안 됨을 명시했다또한, 기고문에서 로만 폴란스키 (Roman Polanski) 감독에 대한 옹호가 논란이 되고있고, "유혹할 권리를 지키기 위한 미투 운동인가"라는 반발이 SNS 여론을 중심으로 쏟아지고 있는 것만 보아도, 위의 기고문이 프랑스의 대다수의 의견으로 비춰지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오늘 나온 기고문이기에 아직 논쟁의 추이를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에게는 유혹하거나 유혹 당할 자유가 있는 것도 맞지만, ‘유혹이라는 이름으로 원하지 않는 상대에게 상처를 주거나, 더군다나 범죄를 저지를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또한, 유명하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상처를 쉽게 말하거나 판단할 수는 없지만, 같은 이유로 그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데 제약이 되어서도 안 되는 법이다.

 

 

언제나처럼 이런 류의 논쟁은 당분간 프랑스에서 핫한 대화 주제가 될 것 같다. 기고문에 동의하거나 반대하거나 혹은, 중립적인 의견이 다양하게 미디어를 통해 소개 될 테고, 사람들 또한 각자의 입장을 주변인들과 나눌 것이다. 후에 추가할 만한 흥미로운 의견들이 있으면 덧붙일 생각이다.

 

 





*르몽드 기고문은 공식적으로는 유료 구독자만이 읽을 수 있습니다. 일부분이라도 보실 분은 링크 클릭 (본인은 르몽드 유료 회원으로 기고문 전문을 다 읽고 쓴 글임을 밝힙니다)


*위에 언급한 다른 기사들을 보시려면 google actualité 로 가셔서 Catherine Deneuve 나 MeToo 를 검색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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